
인공지능(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노코드(low-code) 도구가 널리 퍼지면서, 이제 누구나 손쉽게 앱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특히 복잡한 프로그래밍 언어 대신 자연어로 명령하면 AI가 코드를 생성해주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 트렌드가 등장했습니다. 덕분에 전문 개발자가 아니어도 아이디어만 있다면 금세 제품을 구현할 수 있게 되면서, 개발의 문턱이 현저히 낮아진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 혁신 뒤에는 불편한 질문이 숨어 있습니다. 기술 덕분에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과연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을 누가 구매할까요? 시장의 본질은 결국 수요와 공급의 균형에 있습니다.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수요가 부족해진다면, 우리는 새로운 경제적 딜레마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은 이러한 시장 역학의 변화를 분석하고, AI와 노코드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경제 구조와 가치 창출 모델에 대해 함께 탐구해보고자 합니다.
AI와 노코드로 누구나 개발자가 되는 시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소프트웨어 개발은 숙련된 프로그래머의 영역이었습니다. 그러나 AI 보조 코딩과 노코드 플랫폼의 발전으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현업 개발자들은 AI 코딩 비서의 도움을 받아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되고 있으며, 비개발자들도 시각적 인터페이스나 간단한 스크립트만으로 앱을 만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IT 분석기관 가트너는 2025년에 신규 애플리케이션의 70%가 노코드 혹은 로우코드 기술로 개발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소프트웨어 개발이 더 이상 일부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대중에게 개방된 도구로 변모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제품 혁신의 민주화로 볼 수 있습니다. 코딩 지식이 전혀 없는 한 스타트업 마케터가 AI의 도움을 받아 며칠 만에 자사 SaaS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낸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줍니다. 이제 개인 블로그나 취미 프로젝트를 넘어, 꽤 복잡한 서비스도 소수의 인원이나 개인 혼자서 구현이 가능해졌습니다. AI는 코드 작성뿐 아니라 디자인, 카피라이팅, 번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을 돕거나 대체하면서 제품 개발 전 과정의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물은 그야말로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습니다. 앱 스토어에는 하루에도 수백 개 이상의 신규 앱이 올라오고, 각종 웹 서비스와 콘텐츠가 난무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난립하는 제품들 가운데 성공을 거두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한 분석에 따르면 미국 앱스토어에서 상위 1% 개발사가 전체 매출의 94%를, 상위 1% 퍼블리셔가 70%의 다운로드를 차지했습니다. 나머지 99%는 겨우 30%를 나눠 가진 것이죠. 이는 누구나 앱을 올릴 수는 있지만, 대부분은 빛을 보지 못한 채 묻혀버리는 현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며,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파는 것이 훨씬 어려운 시대임을 시사합니다.
공급 과잉 속 줄어드는 수요
공급 과잉의 시대에 가장 큰 고민은 수요의 확보입니다. 제품이나 서비스,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의 관심과 지갑은 한정된 자원일 수밖에 없습니다.
유튜브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전 세계 수억 명이 콘텐츠를 생산해 올리지만, 정작 대다수 영상은 조회 수가 미미합니다. 모두가 창작자가 되었지만, 모두가 충분한 소비자를 확보할 수는 없는 구조인 것입니다. 결국 일부 인기 채널이나 서비스에 관심과 소비가 편중되고, 나머지 대부분은 긴 꼬리(long tail) 어딘가에 머무를 뿐입니다. 이는 소프트웨어, 뉴스레터, 디지털 아트 등 여러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제품의 희소성 부족이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기업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마케팅과 브랜딩에 사활을 걸어왔습니다. 비슷비슷한 상품이라도 어떻게 브랜드 이미지를 심고 차별화하느냐에 따라 성공이 갈린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광고와 홍보를 통한 수요 창출에도 분명한 한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선 경제 상황이 조금만 악화되어도 가장 먼저 삭감되는 것이 마케팅 예산입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원자재 가격 상승과 경기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자 많은 브랜드들이 마케팅 비용부터 줄이고 있습니다. 소비 심리가 위축된 시장에서는 광고를 늘려도 지갑이 열리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AI의 발달로 콘텐츠 생산 비용이 떨어지면서 마케팅 메시지가 과포화되고, 소비자의 주의를 끌기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결국 공급 과잉과 수요 정체의 상황에서는 기존의 마케팅 기법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가격 할인이나 판촉 경쟁이 치열해지면 기업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이는 다시 신규 투자나 품질 개선 여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부릅니다. 수요 자체를 키우지 못한다면 아무리 혁신적인 제품도 빛을 발하기 어렵다는 냉혹한 현실에 봉착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수요 부족 문제는 AI가 촉발할 더 거대한 변화 앞에서 예고편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AI로 인한 일자리 변화와 시장 수요 붕괴 가능성
가까운 미래에 AI가 대부분의 인간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향후 10~20년 내 AI가 인간 직업의 90%를 잠식할 것이라는 과감한 예측까지 등장합니다. 물론 이런 수치는 극단적 가정이지만, AI의 발전 속도를 비춰봤을 때 불가능한 시나리오도 아닙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인공지능 시대에 대다수 인간이 경제적으로 ‘무용계급(useless class)’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즉, 일할 자리가 없는 인구가 대규모로 발생하는 것이 21세기 최대 사회 위협 중 하나라는 지적입니다. 하라리는 과거에도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가 사라질 거란 예측이 번번이 빗나갔지만, “이번엔 양치기 소년 이야기의 진짜 늑대가 올 수 있다”며 이번 기술 혁신의 파급력은 다를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AI로 인한 대량 실업 사태가 현실화되면, 앞서 말한 시장 수요 위축 문제가 정점에 달할 것입니다. 한 투자 전문가는 “AI 시대에는 인간이 생산자의 역할을 잃고 소비자 역할만 남게 될지 모른다”며 “생산 활동을 못하는 사람이 무슨 자본으로 소비를 한단 말인가”라고 반문했습니다. 결국 일자리가 사라진 사람들은 소득도 사라지므로 소비할 재원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70여 년 전 자동차 산업 자동화가 시작될 때도 같은 우려가 나왔습니다. 포드 자동차 공장을 둘러본 한 노조위원장이 “이제 저 기계들에게 자동차를 어떻게 팔 작정이냐”고 되물었다는 일화는 오늘날까지도 회자되는 유명한 사례입니다. 노동자를 기계로 대체하면 생산비용은 줄지만, 그 기계는 물건을 사 주는 소비자가 되어주지 않는다는 간단하지만 근본적인 딜레마입니다.
만약 AI가 일자리를 현재의 10분의 1로 줄이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 된다면, 기업은 90%의 고객을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중산층 소비자가 대거 사라지고, 극소수 부유층과 AI 시스템만 남은 세상에서 지금과 같은 대량소비 시장은 붕괴할 것입니다. 물론 AI를 소유한 기업이나 자본가는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겠지만, 부익부 빈익빈 구조 속에서 경제의 선순환은 요원합니다. AI 덕분에 생산 비용은 제로에 가까워져도 살 사람(유효수요)이 없다면 시장은 기능을 잃는 것이고, 전통적인 시장경제의 근간이 흔들리는 위험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AI 독식 경제에서는 마케팅과 브랜딩의 역할도 축소될 가능성이 큽니다. 돈을 쓸 소비자가 줄어드는데 브랜드 인지도나 광고 메시지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아무리 멋진 캠페인을 펼쳐도 지갑이 빈 소비자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는 단순한 불황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시스템적인 소비 기반의 붕괴 앞에서 개별 기업의 영업 전략은 힘을 잃습니다. 결국 우리는 ‘일자리가 사라지면 소비자도 사라진다’는, 당연하면서도 파국적인 논리에 직면하게 됩니다.
새로운 경제 구조와 가치 창출 모델을 찾아서
이처럼 AI로 인한 대량 실업과 소비 위축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존과는 전혀 다른 경제 구조에 대한 모색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 UBI)입니다. 기본소득이란 모든 시민에게 조건 없이 일정 소득을 지급해주는 제도로, 실직 여부와 관계없이 최소한의 구매력을 사회가 보장하자는 제안입니다. AI로 생산된 부의 일부를 세금으로 거두어 국민에게 나눠주는 방식으로, 기술 실업 시대의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투자 전문가는 “정부가 일반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비를 위한 기본급여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러한 재원은 AI로 이익을 보는 기업가와 자본가에게서 나올 것이며, AI 시대에는 자본소득계층과 기본소득에 의존하는 대중으로 사회가 양극화될 수밖에 없다고도 말했습니다. 기본소득은 그 극심한 양극화의 완충장치로 거론되는 셈입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로봇이나 AI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는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하면 그 로봇에게도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통해 자동화 속도를 조절하고 실직자 재훈련 자금이나 돌봄 노동 지원 등에 쓸 재원을 마련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미 유럽연합에서도 로봇세 도입을 검토했을 정도로(비록 부결되었지만) 이러한 아이디어는 더 이상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닙니다. 이는 AI로 인한 이득을 사회에 환원하여 소비 여력을 유지시키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노동을 통해 소득을 얻고 소비를 한다”는 기존의 당연했던 공식이 AI 시대에는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로봇이 거의 모든 육체·정신 노동을 대체하게 되면 결국 기본소득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나아가 AI로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진 경제에서는 “모든 이에게 기본이 아니라 높은 수준의 보편 소득이 주어질 것”이라는 파격적인 전망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물론 실현 여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적어도 기술 업계의 시각이 생산 중심에서 분배 및 소비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AI가 바꾸어나갈 미래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부의 순환 모델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해법으로는 인류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 영역을 개척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AI가 모든 것을 대신하는 듯 보일지라도, 아직 인간 고유의 강점이 남는 분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창의성, 예술성, 감정적 교감, 윤리적 판단 등은 AI가 완전히 흉내 내기 어려운 영역으로 꼽힙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AI 시대에는 차라리 인문학을 전공하라”고 조언했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문학·예술·철학 등 인간다움의 영역에서 새로운 일자리와 수요를 창출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앞으로 교육과 직업훈련의 패러다임도 여기에 맞춰 변화해야 하며, 동시에 노동의 개념도 재정의될 수 있습니다. 주 4일제 도입처럼 노동 시간을 단축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나누는 정책도 생산성 증가 시대의 한 대응책일 수 있습니다. 모두가 예전처럼 일하지 않아도 돌아가는 사회에서 일의 의미와 삶의 가치를 새롭게 설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분배 시스템의 혁신과 가치 창출의 재설계 없이는, AI 혁명이 빚어낼 초유의 생산력도 자칫 시장 붕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기술 낙관론자들은 AI가 인류를 풍요의 시대로 이끌 것이라 말합니다. 그러나 그 과실이 소수에게만 집중된다면 오히려 대다수 소비자가 사라져 경제 전체가 쇠퇴하는 역설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한계비용 제로(Zero Marginal Cost)의 시대에서 구매력 제로(Zero Purchasing Power)의 대중이 늘어난다면, 우리가 익숙한 자본주의 법칙도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것입니다.
혁신 기술은 예상치 못한 사회·경제적 파장을 동반하곤 했습니다. AI와 노코드가 가져올 초자동화 시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는 공급 혁신만이 아니라 수요와 분배의 혁신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누구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시대, 이제 다음 질문은 “과연 누가 그 제품을 사줄 것인가”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는 기술적 풍요 속의 경제적 빈곤이라는 모순에 직면하게 될지 모릅니다. AI 시대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기술 업계와 사회 전체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함께 모색해야 할 시점입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노코드(low-code) 도구가 널리 퍼지면서, 이제 누구나 손쉽게 앱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특히 복잡한 프로그래밍 언어 대신 자연어로 명령하면 AI가 코드를 생성해주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 트렌드가 등장했습니다. 덕분에 전문 개발자가 아니어도 아이디어만 있다면 금세 제품을 구현할 수 있게 되면서, 개발의 문턱이 현저히 낮아진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 혁신 뒤에는 불편한 질문이 숨어 있습니다. 기술 덕분에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과연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을 누가 구매할까요? 시장의 본질은 결국 수요와 공급의 균형에 있습니다.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수요가 부족해진다면, 우리는 새로운 경제적 딜레마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은 이러한 시장 역학의 변화를 분석하고, AI와 노코드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경제 구조와 가치 창출 모델에 대해 함께 탐구해보고자 합니다.
AI와 노코드로 누구나 개발자가 되는 시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소프트웨어 개발은 숙련된 프로그래머의 영역이었습니다. 그러나 AI 보조 코딩과 노코드 플랫폼의 발전으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현업 개발자들은 AI 코딩 비서의 도움을 받아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되고 있으며, 비개발자들도 시각적 인터페이스나 간단한 스크립트만으로 앱을 만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IT 분석기관 가트너는 2025년에 신규 애플리케이션의 70%가 노코드 혹은 로우코드 기술로 개발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소프트웨어 개발이 더 이상 일부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대중에게 개방된 도구로 변모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제품 혁신의 민주화로 볼 수 있습니다. 코딩 지식이 전혀 없는 한 스타트업 마케터가 AI의 도움을 받아 며칠 만에 자사 SaaS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낸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줍니다. 이제 개인 블로그나 취미 프로젝트를 넘어, 꽤 복잡한 서비스도 소수의 인원이나 개인 혼자서 구현이 가능해졌습니다. AI는 코드 작성뿐 아니라 디자인, 카피라이팅, 번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을 돕거나 대체하면서 제품 개발 전 과정의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물은 그야말로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습니다. 앱 스토어에는 하루에도 수백 개 이상의 신규 앱이 올라오고, 각종 웹 서비스와 콘텐츠가 난무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난립하는 제품들 가운데 성공을 거두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한 분석에 따르면 미국 앱스토어에서 상위 1% 개발사가 전체 매출의 94%를, 상위 1% 퍼블리셔가 70%의 다운로드를 차지했습니다. 나머지 99%는 겨우 30%를 나눠 가진 것이죠. 이는 누구나 앱을 올릴 수는 있지만, 대부분은 빛을 보지 못한 채 묻혀버리는 현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며,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파는 것이 훨씬 어려운 시대임을 시사합니다.
공급 과잉 속 줄어드는 수요
공급 과잉의 시대에 가장 큰 고민은 수요의 확보입니다. 제품이나 서비스,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의 관심과 지갑은 한정된 자원일 수밖에 없습니다.
유튜브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전 세계 수억 명이 콘텐츠를 생산해 올리지만, 정작 대다수 영상은 조회 수가 미미합니다. 모두가 창작자가 되었지만, 모두가 충분한 소비자를 확보할 수는 없는 구조인 것입니다. 결국 일부 인기 채널이나 서비스에 관심과 소비가 편중되고, 나머지 대부분은 긴 꼬리(long tail) 어딘가에 머무를 뿐입니다. 이는 소프트웨어, 뉴스레터, 디지털 아트 등 여러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제품의 희소성 부족이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기업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마케팅과 브랜딩에 사활을 걸어왔습니다. 비슷비슷한 상품이라도 어떻게 브랜드 이미지를 심고 차별화하느냐에 따라 성공이 갈린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광고와 홍보를 통한 수요 창출에도 분명한 한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선 경제 상황이 조금만 악화되어도 가장 먼저 삭감되는 것이 마케팅 예산입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원자재 가격 상승과 경기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자 많은 브랜드들이 마케팅 비용부터 줄이고 있습니다. 소비 심리가 위축된 시장에서는 광고를 늘려도 지갑이 열리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AI의 발달로 콘텐츠 생산 비용이 떨어지면서 마케팅 메시지가 과포화되고, 소비자의 주의를 끌기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결국 공급 과잉과 수요 정체의 상황에서는 기존의 마케팅 기법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가격 할인이나 판촉 경쟁이 치열해지면 기업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이는 다시 신규 투자나 품질 개선 여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부릅니다. 수요 자체를 키우지 못한다면 아무리 혁신적인 제품도 빛을 발하기 어렵다는 냉혹한 현실에 봉착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수요 부족 문제는 AI가 촉발할 더 거대한 변화 앞에서 예고편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AI로 인한 일자리 변화와 시장 수요 붕괴 가능성
가까운 미래에 AI가 대부분의 인간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향후 10~20년 내 AI가 인간 직업의 90%를 잠식할 것이라는 과감한 예측까지 등장합니다. 물론 이런 수치는 극단적 가정이지만, AI의 발전 속도를 비춰봤을 때 불가능한 시나리오도 아닙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인공지능 시대에 대다수 인간이 경제적으로 ‘무용계급(useless class)’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즉, 일할 자리가 없는 인구가 대규모로 발생하는 것이 21세기 최대 사회 위협 중 하나라는 지적입니다. 하라리는 과거에도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가 사라질 거란 예측이 번번이 빗나갔지만, “이번엔 양치기 소년 이야기의 진짜 늑대가 올 수 있다”며 이번 기술 혁신의 파급력은 다를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AI로 인한 대량 실업 사태가 현실화되면, 앞서 말한 시장 수요 위축 문제가 정점에 달할 것입니다. 한 투자 전문가는 “AI 시대에는 인간이 생산자의 역할을 잃고 소비자 역할만 남게 될지 모른다”며 “생산 활동을 못하는 사람이 무슨 자본으로 소비를 한단 말인가”라고 반문했습니다. 결국 일자리가 사라진 사람들은 소득도 사라지므로 소비할 재원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70여 년 전 자동차 산업 자동화가 시작될 때도 같은 우려가 나왔습니다. 포드 자동차 공장을 둘러본 한 노조위원장이 “이제 저 기계들에게 자동차를 어떻게 팔 작정이냐”고 되물었다는 일화는 오늘날까지도 회자되는 유명한 사례입니다. 노동자를 기계로 대체하면 생산비용은 줄지만, 그 기계는 물건을 사 주는 소비자가 되어주지 않는다는 간단하지만 근본적인 딜레마입니다.
만약 AI가 일자리를 현재의 10분의 1로 줄이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 된다면, 기업은 90%의 고객을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중산층 소비자가 대거 사라지고, 극소수 부유층과 AI 시스템만 남은 세상에서 지금과 같은 대량소비 시장은 붕괴할 것입니다. 물론 AI를 소유한 기업이나 자본가는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겠지만, 부익부 빈익빈 구조 속에서 경제의 선순환은 요원합니다. AI 덕분에 생산 비용은 제로에 가까워져도 살 사람(유효수요)이 없다면 시장은 기능을 잃는 것이고, 전통적인 시장경제의 근간이 흔들리는 위험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AI 독식 경제에서는 마케팅과 브랜딩의 역할도 축소될 가능성이 큽니다. 돈을 쓸 소비자가 줄어드는데 브랜드 인지도나 광고 메시지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아무리 멋진 캠페인을 펼쳐도 지갑이 빈 소비자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는 단순한 불황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시스템적인 소비 기반의 붕괴 앞에서 개별 기업의 영업 전략은 힘을 잃습니다. 결국 우리는 ‘일자리가 사라지면 소비자도 사라진다’는, 당연하면서도 파국적인 논리에 직면하게 됩니다.
새로운 경제 구조와 가치 창출 모델을 찾아서
이처럼 AI로 인한 대량 실업과 소비 위축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존과는 전혀 다른 경제 구조에 대한 모색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 UBI)입니다. 기본소득이란 모든 시민에게 조건 없이 일정 소득을 지급해주는 제도로, 실직 여부와 관계없이 최소한의 구매력을 사회가 보장하자는 제안입니다. AI로 생산된 부의 일부를 세금으로 거두어 국민에게 나눠주는 방식으로, 기술 실업 시대의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투자 전문가는 “정부가 일반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비를 위한 기본급여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러한 재원은 AI로 이익을 보는 기업가와 자본가에게서 나올 것이며, AI 시대에는 자본소득계층과 기본소득에 의존하는 대중으로 사회가 양극화될 수밖에 없다고도 말했습니다. 기본소득은 그 극심한 양극화의 완충장치로 거론되는 셈입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로봇이나 AI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는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하면 그 로봇에게도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통해 자동화 속도를 조절하고 실직자 재훈련 자금이나 돌봄 노동 지원 등에 쓸 재원을 마련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미 유럽연합에서도 로봇세 도입을 검토했을 정도로(비록 부결되었지만) 이러한 아이디어는 더 이상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닙니다. 이는 AI로 인한 이득을 사회에 환원하여 소비 여력을 유지시키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노동을 통해 소득을 얻고 소비를 한다”는 기존의 당연했던 공식이 AI 시대에는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로봇이 거의 모든 육체·정신 노동을 대체하게 되면 결국 기본소득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나아가 AI로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진 경제에서는 “모든 이에게 기본이 아니라 높은 수준의 보편 소득이 주어질 것”이라는 파격적인 전망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물론 실현 여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적어도 기술 업계의 시각이 생산 중심에서 분배 및 소비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AI가 바꾸어나갈 미래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부의 순환 모델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해법으로는 인류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 영역을 개척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AI가 모든 것을 대신하는 듯 보일지라도, 아직 인간 고유의 강점이 남는 분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창의성, 예술성, 감정적 교감, 윤리적 판단 등은 AI가 완전히 흉내 내기 어려운 영역으로 꼽힙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AI 시대에는 차라리 인문학을 전공하라”고 조언했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문학·예술·철학 등 인간다움의 영역에서 새로운 일자리와 수요를 창출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앞으로 교육과 직업훈련의 패러다임도 여기에 맞춰 변화해야 하며, 동시에 노동의 개념도 재정의될 수 있습니다. 주 4일제 도입처럼 노동 시간을 단축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나누는 정책도 생산성 증가 시대의 한 대응책일 수 있습니다. 모두가 예전처럼 일하지 않아도 돌아가는 사회에서 일의 의미와 삶의 가치를 새롭게 설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분배 시스템의 혁신과 가치 창출의 재설계 없이는, AI 혁명이 빚어낼 초유의 생산력도 자칫 시장 붕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기술 낙관론자들은 AI가 인류를 풍요의 시대로 이끌 것이라 말합니다. 그러나 그 과실이 소수에게만 집중된다면 오히려 대다수 소비자가 사라져 경제 전체가 쇠퇴하는 역설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한계비용 제로(Zero Marginal Cost)의 시대에서 구매력 제로(Zero Purchasing Power)의 대중이 늘어난다면, 우리가 익숙한 자본주의 법칙도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것입니다.
혁신 기술은 예상치 못한 사회·경제적 파장을 동반하곤 했습니다. AI와 노코드가 가져올 초자동화 시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는 공급 혁신만이 아니라 수요와 분배의 혁신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누구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시대, 이제 다음 질문은 “과연 누가 그 제품을 사줄 것인가”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는 기술적 풍요 속의 경제적 빈곤이라는 모순에 직면하게 될지 모릅니다. AI 시대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기술 업계와 사회 전체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함께 모색해야 할 시점입니다.